2008년 8월 3일, 일요일
 (대전 - 전주 - 남원 -)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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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에서 광주까지는, 시간은 꽤 걸렸지만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8시가 조금 넘어서, 광주에 도착했다.
 여행 다닌 대부분의 지역이 나는 '난생 처음' 가 본 곳들이었지만, 왠지 광주는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낮에 갔던 전주와 남원도 처음인 곳인데. 밤에 도착해 그럴까?
 서먹서먹한 느낌으로 광주역을 나서서, (약간의 해프닝을 겪고 나서) 걸어서 구 전남도청에 가보기로 했다.

 친구들과 여행계획을 짜면서, 광주는 내가 꼭 가자고 했던 장소인데, 영화 '화려한 휴가'와 강풀의 '26년'이라는 웹툰을 본 이후로, '아.. 꼭 금남로를 거닐어 봐야지.'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빡빡했지만(다음 일정은 하동인데, 광주에서 하동으로 가는 열차는 하루에 몇대 없다.), 아무것도 못 봐도 괜찮으니 금남로 걸어보기와 구 전남도청사는 꼭 보고 싶다 주장했고, 결국 이렇게 광주에 도착했던거다.

약간 지치긴 했지만, 그리고 가봐야 '볼 건' 별로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우린 구 도청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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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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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
저쪽 길 끝에 구 전남도청사가 있는거다. 바로 '그 거리'.

 '의미'가 있는거지, '볼거리'가 있는건 아니다, 생각하고 갔던 길이긴 하지만, 조금은 놀랄 정도로 썰렁했다.
 그리 늦은 밤(9시도 채 되기 전이었으니)도 아니었는데, 거리에 불 켜진 건물이나 가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저녁을 일찍 먹은 탓에, 조금 출출했던 우리는 어디 분식집이라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차도 별로 없고, 길 양쪽으로는 온갖 금융회사 - 한 친구가, 광주의 월 스트리트인건가.. 했을 정도로, 정말 온갖 금융회사들이 다 모여 있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대부업체까지.. - 가 모여 있었지만, 물론 불은 꺼진채로, 뭔가 먹을만한 가게 하나 없다는게 좀 썰렁한 느낌을 줬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인건가, 혹은 우리가 괜히 과민반응한 걸까. 아니면 예전의 도심인걸까.

 한 30분 가량 걸어서, 금남로의 끝에서, 우리나라 현대사의 중요한 한 현장, (구) 전남도청이 나타났다. 하.. 이 낡은 건물을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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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사 앞에는, '그날을 잊지말자'등의 홍보물이 걸려있어서, 우리를 숙연하게 했다.
그 얼마만한 비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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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화려한 휴가'를 보고서 인터넷을 찾아봤을때, 영화를 보고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이 그 내부를 견학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 기대했지만, 역시나 시간이 늦은 탓인지 문이 굳게 잠겨 있고, 순찰이라도 가신건지 정문 앞의 경비초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몰랐는데, 이 청사를 철거하고 '아시아 문화전당'을 짓는 계획이 2005년 부터 진행되고 있었고, 현장에는 그에 반대하는 분들이 농성을 하고 계셨다. 자세한 내용이야 잘 모르지만, 이걸 굳이 철거해야할까.. 싶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야말로 비극적 우리 현대사의 산 현장이 아닌가.

 혹시 견학이 가능할까 싶어, 내일 아침에 다시 와 보기로 하고, 근처 찜질방에 들어갔다. 찜질방은 특이하게 모 쇼핑몰 속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시설은 별로였지만 피곤해서 그랬던지 푹 잤다.
 정말 많이 돌아다닌 하루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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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두 사람이 있다. A에게, 1000원의 돈이 주어지고, 그 중 일부를 (0원이 될 수도 있다) B에게 줄 것을 제안하고, 그 제안을 B가 "수락"하면, A의 제안대로 1000원을 A와 B가 나눠갖게 되지만, B가 A의 제안을 "거부"하면, A에게 주어진 1000원은 빼앗긴다. 곧, A와 B 모두 0원의 보수를 얻는다.
 게임이론의 분석방법, 곧 역진귀납법(backward induction)을 적용하면, 이 게임의 해(solution)은 A는 1원을 B에게 제안하고 (1원이 나눌 수 있는 최소 단위라고 할 때) B는 1원을 수락하고, 게임은 종료된다.

 이것이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 등의 분야에서 최근 실제 실험을 해 본 결과, 현실은 그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A는 B에게 약 300~400원 정도의 금액을 제안하고, 그 정도의 제안이 들어와야 B는 수락을 했다.
 게임이론에서 분석하듯, 1원이나 10원 등의 아주 작은 액수를 제안받은 B는 그 제안을 거부했다.
 거부하면 0원을 얻게 되는데, 차라리 1원이나 10원이라도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물론 이것이 1원 제안 - 수락 의 논리적 근거다.)
 연구에 의하면,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A가 그 1000원을 '그냥' 얻었기에, B는 A 혼자 그 모두를 독차지하려 드는건 '정당성'에 어긋난다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두번째는, B의 '자존심'. 1원이나 10원을 받겠다 하느니, '자신감'을 지키면서 차라리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단다.
 그 외에도 B는 A의 이윤을 적게 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려 한다는 설명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경제학 (기존의, 주류 경제학. 곧, '신고전학파 경제학') 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인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반례로 잘 알려져 있다.

 자, 그러나, 과연 그런걸까.
 저 게임을 조금만 변형시켜보자. A에게 최초로 주어지는 액수를 1000원이 아니라, 1억원으로. 그리고 그 1억원이 100만원짜리 수표 100장이라, 따로 돈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A가 B에게 제안할 수 있는 액수의 최소 단위가 100만원이라면.
 그때도 B는, A가 100만원을 제시한다면 차라리 거부하고 0원을 얻으려 할까?
 액수를 더 키워서, 1억원짜리 수표 100장으로 게임을 한다면?

 정확히 이 게임에 대한 실험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의 이론적 분석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그 액수가 작았기 때문은 아닐지.
 이론에서는 '자존심', 과 같은 '감정' 요소의 화폐적 변환은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충분히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작은 액수의 게임에서는 이론과 현실이 달라지지만, 그런 '(이론)외부' 요인이 제거될 수 있을 만큼 큰 액수의 게임에서는, 이론과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정당성', '자존심' 등의 감정(?)에 두는 가치는, 100만원 보다 작지 않을까?

 당신이 B라면 100만원을 거부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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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3일, 일요일
 (대전 - 전주 -) 남원 (-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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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를 출발할 우리는, 30분 남짓 기차를 타고서 금방 남원에 도착했다.
 춘향뎐의 무대, 남원. 그러나 나의 관심은 온통 추어탕. ㅋ
 그러나, 일단은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은지 채 몇시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은 광한루 구경을 하기로 했다.
 남원 일정 조사를 맡은 친구도, 그리고 역에서 얻은 지도에도 역에서 멀지 않게 광한루가 있다고 해서, 우리는 뙤약볕 아래를 걷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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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광한루는 커녕 제대로된 건물 하나 보이지 않고, 그야말로 전형적인, 한적한 시골 마을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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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재미있다. ㅋ

 30분쯤 걸었을까? 예기치않게(?)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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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안내판도 보이는 것이, 유적진가보다. 무지 더워서 그늘 한점 보이지 않는 잔디밭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사실 빨리 광한루에 도착해야 하는 이유는 없었기 때문에 슬그머니 들어가봤다.
 만복사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국어 교과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에도 실려있었던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에 나왔던 그 만복사! 물론 지금은 '-지'가 되어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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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30호, 만복사지 5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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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43호, 만복사지 석불입상

 절터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부처님이 계시는 건물 안에서 잠깐 햇볕을 피하다가 다시 광한루로 출발.
 거기서부터 30분 가량 더 걸어서야, 그러니까 남원역에서 1시간 가까이를 걸어서야 광한루에 도착했다. 뭐가 잘못된걸까, 길을 잘못 들었나?
 암튼 우선 광한루 구경.
 
 광한루는 뭔가 아주 강렬하게 인상을 남기는 그런건 별로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으로, 잘 꾸며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무와, 연못, 그리고 광한루. 그리고 무엇보다, 그늘이 많아서 우리는 좀 쉬다 가는 느낌으로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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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러보다가, 광한루에 올라갔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들 마루에 앉거나 누워 쉬고 있길래 (신발은 원래 벗고 올라가게 되어 있다.) 우리도 철푸덕. 아.. 시원하다.
 여기서 저 연못과 숲, 정자 등을 보면서 춘향이와 이몽룡은 연애를. 멋진 데이트였겠군. ㅋ
 그리고 하나 재미있었던건, 광한루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알 수 없는(?) 글귀들. 글씨가 작아서 (몰라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방명록 비슷한, 그런게 아니었나 싶었다. 한 가닥(?) 하던 사람들이 와서는, 싯구 같은걸 써 놓고 걸어둔게 아닐까.

 광한루를 나와서는, 그 정문 앞쪽의 '추어탕 골목'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하고, 여러 가게 중에서 '부산집'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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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께서 추어탕을 좋아하셔서, 어릴때부터 추어탕을 먹으면서 언젠가 남원에 가서 추어탕을 먹어보리, 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인터넷을 찾아보니 추어탕을 처음 먹은 곳이 남원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진위 여부는 잘 모르겠고.
 숙회는 그렇게 맛있다는데, 좀 먹을 엄두가 안 나고, 튀김은 먹고 싶었으나 가격이 비싸서, 그냥 탕만 하나씩 시켰다. (탕도 싼 가격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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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반찬이 세팅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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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등장한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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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을 비롯해, 호남쪽에서는 추어탕을 끓일때 미꾸라지를 통째로 갈아서 쓰고, 강원도와 영남쪽에서는 미꾸라지를 삶아서 체로 걸러서 쓴다는데, 그래서 조금 더 걸쭉한 듯한 국물이 인상적이라는데. 그런듯도 하고.. ㅋ
 암튼 맛있었다. 어릴때의 트라우마(?)로 추어탕을 못 먹는다는 친구 녀석도 "원조는 다르네!" 라며 뚝딱, 해치웠다.
 한참 먹고 있자니, 아주머니께서 더 필요한거 없냐며 물어보셔서, 국물 조금만 더 달랬더니 한 그릇을 새로 내어 오셨다. 그제서야 남원 일정을 조사한 친구가, '아.. 여기 리필 된댔다!' 라는데. 이미 슬슬 배가 불러오긴 했지만, 언제 또 와서 먹어 보겠냐 싶어서 정신력으로(!) 밀어넣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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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부르게 먹고, 여행한다며 기특하다시며 얼음물까지 받아서 챙기고는, 이제는 택시타자며 식당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남원역으로 향했다.
 한참을 가면서, '이거.. 아무래도 걸을 거리는 아닌데..' 하며 수군거리니까, 기사 아저씨께서, 여길 걸어 왔었냐며, 아마 인터넷에서 본 건(걸어서 20분 거리) 남원역이 이전하기 전일거라셨다.
 ...? 헉!
 역이 이사했을 줄이야. 예전의 남원역은, 시내 쪽에 있어서 광한루까지도 걸어도 얼마 걸리지 않을 거리였는데, 지금은 외곽으로 이전해서 걷기는 무리란다. 이런..;;

 남원역에 도착해서는, 우리가 원래 타기로 한 열차에 자리가 없다는걸 알고, 약간의 모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남원에서 광주로 가기 위해서는, 익산으로 가서 다시 광주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데, 원래 타기로 한 열차의 다음 열차를 타고 익산에 가면, 5분 남기고 광주행 열차를 탈 수 있는 거고, 그 다음 열차에는 자리가 많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갈아타는데 성공했고, 익산까지도, 익산에서 광주까지도 편하게 앉아갈 수 있긴했지만, 남원에서 익산까지 가는 내내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가뜩이나 시간 없는데 열차가 지연까지 됐던거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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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튼 이제는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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